블랙박스 기록 사라져 항공사‧항공기 측 과실 확인 어려운 반면,
둔덕 형태 콘크리트 구조물 과실 확인 드러나면 공사가 최대 591억원 직접 배상해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충북 제천‧단양)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국내 공항 등과 함께 지난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보험사 3곳에 재산종합보험을 일괄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험은 공사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무안공항 등 18개 영업소를 피보험자로 하여 총 9억 4천만원의 보험료를 지급하고 공항 내 각종 화재, 도난, 재난사고 발생 시 신체‧재산상 손해를 보상해준다. 특히 피보험자의 귀책 사유로 인해 제3자가 입는 손해를 보상해주는 배상책임도 포함한다.
그런데 공사는 배상책임보험을 여객‧화물 청사 내 사고만 30억 한도 내에서 대인‧대물 배상을 해주는 조건으로 가입했다. 무안공항 사고와 같이 활주로‧유도로 등 항공기 이착륙하고 이동하는 에어사이드(airside) 구역 내 사고는 보장 내용에서 아예 제외된 것이다.

그 결과 공사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에서 활주로 및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 등 시설물에 대해서는 재산종합위험담보에 따라 9조원 한도로 보상 받을 수 있지만 인명 피해에 따른 배상 책임은 보장되지 않는다.
반면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 KB 등 5개 보험사에 재산종합보험을 가입하면서 12조원 한도의 재산종합위험담보 외에 에어사이드 내 사고 발생 시 대인‧대물 배상책임도 5000억원 한도로 보장되도록 계약했다.
하루 수 백 편의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의 특성상 사고 발생의 위험이 상존함에도 사고 발생에 대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한국공항공사가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 블랙박스에 충돌 4분간 기록이 저장되지 않아 향후 조사 과정에서 항공사의 조종 과실이나 항공기 기체 결함 등의 사실이 드러나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로컬라이저의 콘크리트 둔덕 등 항행안전시설 설치 및 운영에 따른 공사 측 과실이 드러날 경우 공사가 피해자 배상에 대한 책임을 직접 떠안아야 한다.
작년 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무과실 책임 사망 또는 신체상해 보상한도를 약 2억5천만원(12만8821 SDR)에서 약 3억원(15만1880 SDR)으로 상향했다. 이를 적용하면 제주항공 사망자 보험금은 1인당 최소 3억원 수준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엄태영 의원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수백 명의 승객이 타는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공항도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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